2011/10/27 01:43

엉엉 일기


엉엉 울었다.

이제 울지 말아야지. ㅋ









2011/10/09 03:43

분열 일기


온갖 자아가 충돌하는 밤이다. 혹은 새벽..

쓸모없는 감정을 키우는 건 안좋은 일이다.

해야하는 일, 할 수 있는 일만 생각 할 일이다.



2011/10/07 12:17

'푸른 작업복'을 입은 김꽃비 수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3440)

레드카펫에 오른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작업복과 강정, 85호 크레인.

이 장면을 본 김진숙,

"소금꽃 허옇게 피어 쉰내나던 작업복이 레드카펫 위에서 푸른꽃으로 피었다.용접불똥에 빵꾸나고 기름때 절어 마누라에게도 부끄러웠던 작업복이 자랑스레 빛난다.죄없이 공장에서 쫒겨나 길바닥을 서럽게 떠돌던 작업복이 레드카펫 위에서 환하게 웃는다." (@jinsuk_85)

지금 껏 보아온 무대 의상 중, 가장 아름다웠다.

덧) 5차 희망버스 : 10월 8일~9일. 부산.

비정규직 없는 세상 :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문의 : 070-7168-9194 hopebus@jinbo.net  twitter@hopebus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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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16:31

조카 일기


이제 14개월에 접어든 우리 조카가, 팔을 번쩍 들었다.

집고 선 탁자를 놓고 두 다리로 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누나도 나도 할머니도, 식구들도 덩달아 만세.

아이가 자라는 건 신비롭고, 빠르고, 아름답다.


덧) 그리고 곧, 머지않아 '악마'가 되겠지....ㅡㅂㅡ;;;





2011/10/06 15:21

잡스와 애플과 노동자와 죽음과 자본주의 수다



잡스가 죽었다.

잡스는 애플을 만들었다. 잡스는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만들었다.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애플의 직원들은 자유로웠다. 그는 권위적이지 않았다. 잡스가 갖고 싶어 한 물건들은 우리도 갖고 싶어 하던 것이었다. 애플의 물건들은 좋았다. 애플의 물건들은 환영받았다. 우리는 행복해 했다.

잡스는 자본가가 되어야 했다. 애플은 기업이 되어야 했다. 애플의 물건들은 상품이 되어야 했다. 잡스가 만든 애플의 물건들은 자본주의의 경쟁구도 속에서 팔려야 했다. 잡스가 만든 애플의 물건들은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중국 노동자들은 혹사 당했다. 더러 죽었다.

잡스가 죽었다. 그보다 먼저 중국 노동자들이 죽었다. 잡스가 죽인 걸까. 그저, 그들이 죽은 걸까. 잡스는 죽은 거다. 그들도 그저, 죽은 걸까.

자본주의가 없었어도, 잡스는 있었을 테고, 애플을 만들었을 테고, 그 물건들은 좋았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없었더라면, 중국 노동자들은 혹사 당하지 않았을 테고, 과로로 죽지 않았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경쟁이 우리를 아름답게 한다." 자본주의 찬양자들의 카피. 아름다운 애플의 물건들 때문에 노동자들을 죽게 한 건, 다름아닌 그 경쟁이었다. 자본주의의.

"경쟁의 압력이 없었더라면, 혹은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없었더라면, 잡스는 그런 창의적인 물건들을 개발하고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잡스를 모욕하지 마라. 그건 그의 창의력과 소탈함에 대한 모욕이다.

추모한다. 잡스와 노동자들을. 나는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맥북도 없지만, 대략 이천오년 쯤 구입했다고 기억하는 아이팟 나노 1세대를 여태 사용중이다. 나는, 아직도 '휠'을 돌릴때 설렌다. 가끔, 애초 그 물건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 사람의 생각이 나기도 한다. 고맙다. 잡스와 노동자들.



2011/09/16 03:31

<5차 희망버스>, 크레인에 갇힌 것은 당신이다. 수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3088
(추석, 한진중 노동자들과 85호 크레인의 풍경)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3115
(10월 8일, 5차 희망버스 부산으로 !)



따지고 보면 무서운 일이다. 죄 없는 누군가가 수백일을 수십미터 위 한평의 공간에 갇혀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실을 모두가 아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

만약 누군가가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수백일 씩 좁다랗고 높다란 곳에 가둔 채, 생명을 갖고 장난을 쳤다면 어땠을까. 각종 생방송의 리포터들이 달려가 취재를 하지 않았을까. 인터넷의 게시판과 트위터에 그를 성토하는 글과 말이 넘치지 않았을까. 전국민이 그를 향해 분노하고, 경찰은 달려가 '동물보호법'의 이름으로 단호한 징벌을 가함으로서 그 분노에 응답하지 않았을까.

김진숙이 크레인 위가 쾌적하다 여겨 올라간 것은 아니다. 부당하게 잘려나가는 동료들을 위해 밥을 굶고, 노숙을 하고,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보다보다 하다하다 그는 200여일전 겨울, 찬 바람을 이고 크레인에 올랐다. 그리고 여름이 지났다. 살이 데일 만치 크레인을 달군 폭염과 햇살이 지났다. 두두두, 철판을 두들기는 소리로 잠마저 앗아간 장마도 지났다. 그리고 처음 크레인을 오를 때 그의 몸을 후려쳤던 찬바람이 다시 돌아오려는 지금, 그는 여전히 거기 있다.

그래,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각종 방송과 뉴스에서 그의 소식을 다뤘고, 인터넷의 게시판과 트위터에도 그를 지지하는 글이 넘쳤고,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청문회도 열렸다. 김진숙은 '불법시위자'다, 욕하는 여당의 국회의원들조차 그를 '불법시위자'로 내몬 한진의 회장을 향해 짐짓 호통을 쳤다. 

하지만 한진의 회장, 김진숙을 그곳에 가둔 조남호는 처벌받지 않았다. 부당한 정리해고는 철회되지 않았다. 아마도 국가는 조남호에게, 개나 고양이를 가두는 주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깊은 뜻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거라 여기는 듯하다.

그러는 와중에, 김진숙의 몇 발자국 아래에 머물던 신동순이 밥을 굶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려나 보다."
밥을 굶으며 그가 한 말이란다. 사람들의 목구멍으로 밥과 국과 술이 수시로 무시로 들어가던 그때도, 하늘에는 보름달이 뜨고 상에는 송편이 오르던 그때도, 그는 굶었다. 그러기를 한달 여. 30일이 넘었다.

청문회에 나온 여당의 국회의원이 그러더라. 
"지구상에 해고가 없는 나라도 있습니까?"

그에게 묻고싶다. 지구상에,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중에 '대한민국'처럼 사회안전망이 전무하고 고용이 불안한 나라가 있느냐. 오늘 해고당하면 내일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나라. 이곳에서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란 자가 말한다.
"지구상에 해고가 없는 나라도 있습니까?"

병상에서 오늘, 내일, 호흡 가빠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말한다. 충분히 살 수 있는, 살아야 하는 환자에게, 그러나 살리려는 노력을 방기하며 말한다.
"세상에 안죽는 사람도 있습니까?" 

이것과 같다. 그의 행동은.

한진중공업의 사정이 불가피해서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다, 라는 뻔뻔한 거짓말. 그렇다면 조남호의 가산을 털어라. 여태 노동자의 노동으로 불려온 재산을 토해내라. 회사의 사정때문에 노동자가 죽음에 내몰려야 한다면, 응당 회사의 일부인 자본가도 그 죽음의 공포를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가산을 쏟고 부어도 회사가 망하겠거들랑, 그 때 노동자를 잘라라.

김진숙이, 신동순이 불쌍하다고, 그러니까 도와달라고 하소연하는 게 아니다. 이미 평범한 우리는 김진숙이지 않은가. 또한 신동순이 아닌가. 정규교육 12년을 수능에 묶여살고, 그러더니 청춘을 토익이니 학점이니, '스펙'에 묶여살고, 그러고서 운 좋으면 회사에 들어가 경쟁에 묶여살고, 운 없으면 대학도 회사도 못간 채 하루벌어 하루사는 나날을 이어가는 우리가 이미 이 체제에 갇혀사는 존재가 아닌가 말이다. 자르면 잘리고, 잘리면 목숨이 간당거리는 우리는 이미 갇혀 있다. 갇힌 것은 우리다. 평범한 모두다.

희망버스가 간다. 다섯번째다. 언론에서 얼마나 다뤄줄까. 모르겠다. 경찰은, 극우단체는, 극우언론은, 또 얼마나 두들겨댈까. 모르겠다. 그래도 악착같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당신을 위해서 말이다.


5차 희망버스 : 10월 8일~9일.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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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5 03:12

일기


충북 옥천의 야트막한 산 위로

어렵사리, 뜬 달을 보았다.


바라는 모든 걸 찬찬히 되새겼다.

빌고, 다시 또 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밤은 길었다.

달은 밝았다.


구름에 둘러쌓인 달은,

별이 없이 혼자였다.


떠올리는 사람들의 웃음이 보이고, 들렸다.

내가 그 웃음에 방해가 되는 존재가 아니길

또한, 빌었다.



2011/09/08 02:32

덩달아.. 일기


덩달아 가을을 탄다.


단지 해를 보낸다는 사실 때문일까.

만약 구월이나 시월쯤에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면,

그 땐 더위가 무르익을 때 요즘처럼 뭔가 어딘가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들까.


채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냥 비어버린 공간, 어딘지는 몰라도 그 공간을 바라보는 것 만이 할 수 있는 일.



2011/09/07 01:51

고양이 일기


황망히 홍대 뒷골목을 배회하다, 고양이를 만났다.

노랗고 하얀 등을 가진.

담벼락의 어딘가를 물끄러미 보다 손을 내밀자 내게로 온다.

종아리며 손이며 자신의 체취를 전해주는 녀석.

갸릉갸릉, 울림이 정겹다.

사랑받는 놈인가 보다. 누군가는 발톱을 세우거나 도망치는 순간을,

즐기고 반길 수 있는 녀석은 얼마나 행복한가.

고양이를 만져본 지가 얼마만인지, 나의 무능력과 몰염치 때문에 헛헛했던 가슴이

녀석 덕분에 따뜻해졌다. 고마운 친구.

그 친구에게도, 그 친구에게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도 고맙고, 고맙다.





2011/09/05 16:25

'진보통합'의 열망을 배반한 9.4 진보신당 당대회 수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3007
(진보신당 당대회, 통합 안건 부결기사)




진보신당 임시 당대회에서, 통합 결의안이 부결됐다. 페이퍼 당원이었지만, 그래도 '당원'이라고 요 얼마 간 진보신당의 진로와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나온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정리가 필요하다 여겨 메모를 남겨둔다. 


부결

9월 4일, 송파구민회관에서 향후 진행될 진보대통합 과정의 향배를 결정할 진보신당 3차 임시 당대회가 열렸다. 대의원들의 참여열기는 높았다. 최초 성원보고 시 330명을 기록했던 재석자 수는 최종 안건 표결 시에는 41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2차 임시 당대회의 재석자 수(최초 성원보고 시 363명, 최종 표결 시 349명)보다 60여 명 증가한 수치다.

원안의 2항에 '또한 국민참여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임을 확인한 수임기관의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문장을 추가한 수정동의안의 상정이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앞서 진행된 김형탁 사무총장에 대한 질의응답과 안건이 발의된 이후의 찬반토론은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이어졌다. 찬성측과 반대측, 각각 3+1인의 발언이 있었다. 찬성자들은 협상의 결과물이 실질적으로 국참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저지했다는 점, 현장과 지역의 민중들 절대다수가 진보양당의 통합을 원한다는 점, 고립된 소수로 남는 것이 아니라 통합정당 내부에서 치열한 정치투쟁을 벌이는 것이 진정 전투적인 태도라는 점 등을 강변했다. 반대자들은 북한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고, 국참당과의 통합이나 연정참여 문제 역시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직 진보신당의 독자노선이 실패했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것이 그들의 중론이었다.

표결 결과, 통합진보정당을 위한 합의문은 부결됐다. ‘5.31합의문, 패권주의 극복과 민주적 당운영에 관한 부속합의서2, 당명‧강령‧당헌 등 2차 협상결과를 포함한 최종합의문’은 재석 대의원 410명 중 222명 만이 찬성했고, 이에 앞서 표결에 붙여진 수정동의안은 재석 대의원 408명 가운데 213명 만이 찬성, 두 안 모두 부결됐다. 탄식과 환호성이 교차했다. 고성과 욕설은 없었다. 양 측은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상황

지난 2차 임시 당대회에서, '당장 통합여부에 대한 결론을 짓기는 이르다'는 판단을 한 대의원들은 202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통합파였고, 이들 중 일부가 '시간을 좀 더 갖자'는 주장에 동조한 독자파였다. 이를 감안하면 통합여부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리는 시점에서 통합을 찬성한 대의원 수는 20여명 보다 더 많이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참석자 역시 60여명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통합을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전체적 역관계는 두 달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하지 않은 셈이다. 그간 정치적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런 사실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추가협상과정에서 통합진보정당의 기구구성, 운영방식, 강령 일부 등을 담은 '부속합의서 2'는 진보신당의 요구안이 대부분 받아들여진채 일찌감치 합의됐다.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국민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참여 문제였다. 민주노동당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국참당을 통합진보정당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고, 진보신당은 국참당의 신자유주의적/친자본가적 정체성을 문제 삼아 이에 완강히 저항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국참당은 당 내외 인사들의 칼럼과 인터뷰, 유시민과 이정희의 공동출판행사 등을 통해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결국 당 내 좌파들의 정치투쟁과 민주노총, 전농 등 기층 운동단위의 조직적 반발에 밀려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협상 시한을 코 앞에 두고, 이정희는 결국 '국참당과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9월말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조승수의 안을 받아들였고, 이어진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는 '진보신당과의 합의없이는 국참당과의 통합에 나설 수 없다'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진보신당은 협상과정에서 '부속합의서 2'와 관련된 요구들을 관철시켰고, 신자유주의 세력의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막아내야 한다는 책임 또한 짊어지게 되었다. 지난 2차 임시 당대회때와는 명백히 다른 정치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독자파들의 정치적 입장은 한치도 변하지 않았고, 대의원들의 표결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쟁점

만약 진보신당에서 통합결의안을 승인했다면, 독자파의 주장대로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국참당과의 통합이 실현됐을까. 불가능했다. 정당법 상 대의기구에서 수임기관에 협상대상을 위임하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수임기관은 임의로 협상대상을 결정할 수 없다. 진보신당의 안건에 명시된 통합대상은 민주노동당뿐이었다. 수정동의안이 아닌 원안만으로도 진보신당이 국참당과 협상에 나서는 일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국참당이 새통추를 통해 통합에 합류하는 것은 가능할까. 새통추의 구성원들은 새통추에 추가로 정당이 참여하는 것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의했을 시"에 가능하다고 합의했다. 이 제안의 제안자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명시적으로 이것은 "진보신당에 비토권을 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김형탁 사무총장과이 질의응답과정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참당이 해산해서 개인자격으로 참가하지 않는 한, 국참당이 새통추를 통해 통합진보정당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

통합진보정당이 창당 이후 국참당과 2차 합당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통합진보정당의 대의기구는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기타참여세력이 1:1:1 동수로 구성하도록 합의됐다. 정당법상 당의 통합을 위해서는 대의기구 구성원 중 2/3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진보신당 뿐만아니라 민주노동당과 기타참여세력 안에도 국참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않게 존재한다. 따라서 이미 진보신당이 1/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통합진보정당의 대의기구가 국참당과의 합당을 승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제시하는 '당원총투표' 역시 대의기구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파들이 "진지하게 논의"한다는 잠정 합의안의 문구만을 문제삼으며, 마치 국참당과 진보세력이 통합할 여지가 남아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지적능력의 결여, 혹은 의도적 왜곡으로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통합진보정당의 구성과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과 대등한 지위를 보장받았다. 협상과정에서 대표적 독자파인 김은주 부대표조차 "(진보신당의)당력에 비해 (민주노동당에게)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내용"이라고 말한 진보신당의 '부속합의서 2'와 관련된 요구들은 대부분 합의문에 반영되었다. 

그럼에도 합의된 강령 등에 "비정규직, 성소수자 문제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거나, "강령전문이 짧고,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은 어긋난 비판이다. 강령 등에 미시적 전술을 담을 수도 없거니와, 현재의 당 강령은 완성되지 않은, 향후 건설될 통합진보정당의 전체적 방향을 다룬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의기구, 중앙과 지역에서 모두 민주노동당과 동등한 영역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았음에도 패권주의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독자파 자신들도 참여한 수임기구에서 결정한 요구안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합의 결과물을 이제와 원천 부정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북에 대한 관점'을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로 꼽은 것도 실망스럽다. 민주노동당의 모든 개인/세력이 북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가진것도 아니거니와, 비록 민주노동당 내 특정세력이 지닌 북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가 진보신당과 다르다해도 민주노동당은 조직노동자, 농민, 서민에 기반한 정당이며, 노동자 투쟁, 농민 투쟁, FTA 투쟁, 생존권 투쟁, 핵 폐기장 투쟁 등 진보운동 전반에 걸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투쟁의 동지들이다. 진보신당과의 이런 물질적/실천적 공통점을 도외시하고 머릿속 이념을 근거로 민주노동당이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짓는 것은 진보적 정당의 구성원들보다는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먹물들에게 어울리는 행동이다.

민주노동당 내 일부 민족주의 세력이 그들의 이념때문에 보이는 약점과 모순(보수 야당에 대한 구애, 몰계급적 전술, 북 정권에 대한 태도 등)은 당 내부에서의 정치투쟁과 토론, 진보적 실천속에서의 입증을 통해서 교정해나가야 한다. 특정집단과 얽히길 거부하고, 그 집단의 세계관이 알아서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몽상일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의 운동을 '종북주의 세력의 발호'라고 낙인찍을 수 있고, 진보신당 등 좌파들이 소수로 고립되는 상황이야말로 극우세력과, 더 멀리 신자유주의 세력이 원하는 정치지형이다. 우리는 그들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민족주의자들과 단결해서 싸워야 하고, 이를 통해서 그들의 단점을 교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을 위한 출발점이 통합진보정당 건설이다. 

찬반토론의 과정에서 나온 "통합안의 부결에 기뻐할 자들은 조중동, 한나라당, 국참당이고, 통합안의 승인에 기뻐할 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중들"이라는 한 대의원의 발언은 이런 점을 웅변한다.


교훈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국참당과의 통합논의를 밀어붙이다 후퇴한 일련의 과정으로부터, 아무리 '선거논리'가 판쳐도 이를 이유로 기층대중운동의 압력을 전면적으로 거스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진보신당의 요구안 대부분이 받아들여진 상황으로부터,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에 비해 '상대적 소수'라도 진보대통합의 구현이 시대적 과제로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는 통합의 당사자이자 한 축으로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했다.

단결을 해야하는 객관적 상황과 집단 간의 이념이 다르다는 현실속에서, 비록 이념은 달라도 두 집단의 계급적/실천적 토대가 같다는 것, 집단의 이념과 전략/전술은 '자연적 과정'이 아니라 '변증법적 투쟁 과정'을 통해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집단간의 이념과 전략/전술이 불균등한 것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투쟁의 상수'이며 이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은 투쟁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지해야 했다. 

진보신당의 독자파들은 이런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들은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그 변화를 낳게끔 강제하는 요인들을 애써 무시하고, 자주파의 이념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진보대통합은 민주대연합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보신당은 자주파 계열에 지배당하고 말 것이다, 라는 식의 고립적 패배주의를 고집했다.

진보신당 임시 당대회에서의 통합결의안 부결로, 통합진보정당의 건설 과정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이 와중에 다시금 제기될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과 연립정부 참여 문제'로 인해 기어이 통합진보정당이 좌초되거나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진지한 변혁적/계급적 진보세력 모두가 단결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덧) 뒷풀이 자리에서, 한 성소수자 당원은 독자파들이 어찌 자신들의 견해를 대리하면서 '성소수자 운동을 위해 통합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선동할 수 있느냐며 분개한다. (그는, 당내의 성소수자 운동에 있어 가장 주요한 활동을 해온 몇몇과 통합을 지지하는 성명을 개진한 바 있다.) 트위터에서, 군부독재와 신자유주의 정권, 수십년의 세월을 투쟁으로 일관하며 지내온 한 투사는 부결소식을 듣고 고 노동계급의 단결을 주문하는 이소선 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한다. 이들이 과연 '양지를 쫓아 풍찬노숙을 등지는' 기회주의자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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