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3 02:17

K-1 월드 그랑프리 관람 후기.. 일상


그간 쭉 집에서만 시청하던 케이원을 올 해는 직접 경기장에서 보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 요즘처럼 한가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물론 이건 내 희망이지만), 내가 보아왔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흔이란다..)

허구헌 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욕을 먹는 케이원이지만 대진표에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이름이 여럿 끼어있다. 그들이 나이를 먹는만큼 새로운 세대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갈아타기가 복잡해서 잠실역에 내려 버스를 탔다. 공원을 질러 걸었다. 걷기 적당한 가을비가 내렸다. 간만의 비가 반가웠다. 공원 정문깨에서 뭔가를 해체하고 나르던 이들에게는 짜증스러웠을 비였다.

경지장에 들어가 야구장을 처음 찾았을 때의 충격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선수들이 의외로 잘 보인다는 것. 그리고 광고가 없는 사잇시간은 매우 짧게 느껴진다는 것. 마루에 드러누울 수 없는 탓에 몸은 고단했지만, (꼬박 영화 두편의 시간이잖나)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선수들의 살에 닿는 발길질의 둔탁한 소리가 스피커로 들을 때와는 다르다. 소란스런 해설도 없이, 클로즈 업도 없이, 째깍째깍 분초를 확인하지도 않으며 바라보는 격투는 담담한 '극'처럼 느껴졌다. 세컨의 고함소리, 주먹과 발이 내는 묵직한 파열음, 뿌연 공기와 누런 조명, 때때로 터지는 탄성.

인상적이었던 경기. 하리토노프의 성장(킥복서로서의..), 제롬르밴너의 분투(그러나 연장 회피가 아쉬웠던..), 다니엘 기타의 케이오(강자에게 가려져왔던 그..) 오브레임의 압도적 강인함(그가 바라던대로 전설이 될지모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모든 시합이 끝난 후 무대인사를 마치고 내려온 짐머맨의 표정이었다. 부르는 팬들에게 다가와 악수를 건네고 미소를 보여준 그가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지은 순간의 표정은, '모든 것을 불태운 패자의 미소'따위의 표현으로 적자니 민망하고 구차해지는, 그래서 함부로 적을 수 없는, 뭔가가 짙게 베어있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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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경기는 경기장에서 보는 게 제맛이다.



덧글

  • Levin 2010/10/03 10:06 # 답글

    오브레임이 요새는 K1에서 잘나가나 보군요?
  • 카큔 2010/10/03 12:13 #

    종합도 강하지만 입식에서는 몇몇 상대를 제외하곤 적수라고 할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를 이긴 본야스키도 이번 대회는 나오지 않았고 세미 슐트 정도만 어떻게 하면 우승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지요.
  • 돌군 2010/10/03 14:58 #

    레미도 없고, 바다하리도 없고, 현재로서는 슐트를 잡을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죠.
    케이원도 이제 오브레임의 상품성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시합 후에 마이크잡고 경기장에서 코멘트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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